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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8 DECEMBER 2023

LOWA KIM

손으로 실을 엮어 그림을 그리는 태피스트리 작가 김로와.

기계나 타인의 손을 빌릴 수 없어 오롯이 혼자서 만들어낸 그녀의 작품은
그 과정의 정직함과 소재가 주는 따스함이 작가 본인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2023년 한 해 수고했고 새롭게 2024년을 시작할 우리를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E( )PTY와 함께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의 요즘.

E( )PTY가 김로와 작가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아직 ‘태피스트리’라는 장르가 낯선 분들을 위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태피스트리는 경사와 위사의 만남으로 아래서부터 차곡차곡 손으로 쌓아 올리는 직조를 통해 원단을 완성하는 공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니트와는 달리 신축성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러그가 직조물의 한 종류입니다. 저는 재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실을 사용하여 직조를 통해 면을 완성해 나가는 태피스트리 작가입니다.

어떻게 태피스트리 작가로서 활동하게 되었는지, 그 결심의 과정이 궁금해요. 대학생 시절 직조 수업에서 4종 직조기를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혼자 작업할 수 있고 개인의 역량과 손이 움직이는 속도에 비례하여 작품이 완성되는 정직함이 제 성격과 잘 맞았습니다. 이후 직조기에서 벗어나 실로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직조 틀을 독학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처음 직조를 배울 당시에는 작가로 활동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꾸준히 좋은 기회들이 찾아와 주어서 이번에 E( )PTY와도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회화나 조각 등 다른 분야 외에 태피스트리만이 가지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틀’이라고 생각합니다. 틀에 갇힐 수도 있고 틀을 벗어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선과 선이 만나 면이 되는 작업이 태피스트리다 보니 그 너머의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어 생각하면서도, 경사 - 위사의 규칙은 고수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 머릿속에서 다양한 제작 방법을 고민하고 상상해 내다보면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형태와 디테일의 작품을 구상하게 되기도 해 계속해서 도전에 맞닥뜨리는 느낌이라 늘 새롭습니다.

작가님만의 컬러 팔레트와 비정형적인 형태가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주로 어떻게 영감을 받으시나요?색 배합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제 취향은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소수의견에 가까운 쪽이었어요. 그래서 한때는 제게 미적 감각이 부족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오로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생각을 두 손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제가 생각하는 예쁜 색들을 한 데 모아 두고 그에 어울리는 모양을 떠올리면서 작업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부터 형태를 도출하는 것이지요.

데뷔전이었던 ‘암순응’은 어떤 주제로,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암순응은 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두운 환경에 적응해서 시야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생의 어둡거나 힘든 시기에도 가만히 기다리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어둠의 원인과 둘러싼 환경을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전시였습니다. 제 인생의 힘들었던 시기를 함축적으로 담아 제 인생의 어둠에 암순응한 후 제가 마주했던 검은 형태의 무언가를 텍스타일로 나타냈습니다. 같은 검정 색상의 서로 다른 소재를 활용하여 여러 경험들이 뭉쳐져 검은 형상을 이룬 것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진행한 ‘바다도 그림자가 있나요?’ 전시명이 인상 깊어요. 바다와 그림자라는 두 가지 다른 개념을 어떻게 작품으로 풀어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르 시자가 설계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건물 자체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관람객들과 이를 한마음으로 즐기고자 미술관 건물의 건축적 특징을 포착해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미술관 내부는 종종 그늘이 졌고, 외부는 유려한 곡선에 따라 바닥에 그림자가 펼쳐지곤 했는데, 이 모습이 제게 ‘바다’와 ‘그림자’의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해가 닿지 않아 빛도 그림자도 존재하지 않는 깊은 바닷속. 그곳에 제가 만든 그림자를 놓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잔나비’, ‘보이 넥스트 도어’와 같은 뮤지션과도 협업을 진행하셨는데, 각각 어떤 작업이었나요? 두 프로젝트 모두 뮤직비디오 세트에 들어가는 대형 소품 제작으로 참여했습니다. 형태를 만들어 주는 구조물 위에 원단을 덮으면 자유롭게 모양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샹들리에 틀과 대형 하트 모양의 틀 위에 많은 양의 태피스트리를 덮어 완성했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원단을 일차원적으로 덮어 만드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멀리, 혹은 가까이서 보아도 태피스트리 작업물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습니다. 갖은 색의 여러 재료를 혼합하였을 때 나오는 소재감과 색상 배합이 참 독보적이에요. 그래서 그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영상에 담기 위해 꾸준히 대형 작업 건으로 찾아주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곧 공개할 E( )PTY와의 협업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이번 E( )PTY와의 협업에서는 연말연시의 따뜻한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대형 선물상자 오브제를 제작합니다. 태피스트리 특유의 질감으로 사랑스러운 분홍과 파랑 색상의 거대한 선물 상자를 만들어 E( )PTY에 방문하시는 분들께 즐거운 시각적 경험을 선물 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최근에는 입체적인 조형물이나 그림 위에 태피스트리 작업물을 덧붙이는 식으로 활동 초기와는 다른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어요.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것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이나 부담을 느끼지는 않나요? 압박이나 부담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해 보고 싶은 열망으로 다른 형태의 작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매번 같은 작업물을 보여드리기 싫은 순전한 제 욕심이라고 설명해 드리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대형 작품을 작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가까이할 수 있는 소품도 많이 만드시는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가치관이나 연관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소품만으로는 설치 작업물로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지만, 욕심나는 전시 공간이 있는 경우에는 찾아와 주시는 분들께 더 많이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에 메인 인스톨레이션과 함께 제작하고 있습니다. 텍스타일 아트를 그저 공예품이 아닌 일종의 예술 작품으로서 대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일상 속에서 텍스타일 아트를 가까이하실 수 있도록 구매하시기에 부담 없는 소품으로 제작한 것도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가치관은 따로 없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가 무슨 작가가 가치관도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느냐는 비난을 댓글로 받은 적이 있는데, (웃음) 나중에라도 생기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가치관을 설정해 두고 그 안에 갇혀 작업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추후 협업해 보고 싶은 브랜드 혹은 공간이 있으신가요? 브랜드 중에서는 자크뮈스요. 꽃을 주제로 디자인뿐만 아니라 팝업이나 관련된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서 함께 재미있는 작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도 꽃으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하고, 꽃을 활용하여 전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텍스타일 아티스트이다 보니 옷에 사용되는 패브릭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데, 패턴이나 소재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특징들이 엿보입니다.

공간으로는 테이트 모던을 꼽고 싶네요. 올해 상반기에 테이트에서 여러 텍스타일 아트 전시가 있었어요. Magdalena Abakanowicz의 입체적인 위빙 작품 전시와 Cecilia Vicuna이 터빈 홀의 높은 천장에 매달아 패브릭으로 숲을 표현한 작품이 인상 깊었어요. 그것을 보고 저도 작가로서 멋진 공간에 규모 있는 작품을 설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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