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도 F/W와 23년도 S/S에서 "MAGO"를 연이어 주제로 삼았는데요, 한국 고대 신화의 여신인 마고 할미를 뜻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영감을 받았고 왜 MAGO의 이미지를 컬렉션으로 가져오고 싶었나요?숲속을 걷다가 문득 땅에서 무언가 자라나서 각자의 생명력을 가지고 그게 어우러져서 순환되며 살아간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초의 어머니 신이 이 환경을 창조했다면, 우리 인간들도 그런 어머니 신의 힘을 물려받아서 지금 ‘창조’하면서 살아가는 것 아닐지 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이야기를 마고라는 키워드로 풀었어요.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날 것의 처녀림과 인간이 꾸며놓은 정원의 대조되는 모습들, 문명의 손이 타지 않은 숲을 가죽 가리개 같은 걸 두르고 뛰어다니는 소녀로서의 제 모습 같은 걸 상상해 보기도 하고요.
위대한 자연과 그 자연의 순서와 패턴을 따라 하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들. ‘인위적’이라는 단어는 자연의 힘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뜻하지만, 인간 또한 자연에서 비롯한 창조의 욕구가 깃들어있는 존재라면 ‘인위적인 것이 곧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인위적으로, 많이 창조하고 표현하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마고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인간 여성 몸에서 이루어지는 잉태와 출산, 그리고 양육 등의 행위로서의 창조의 강력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서 마고 2를 만들었어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로만 이루어진 부족인 아마조네스의 이야기를 빌려서 ‘만약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태초의 여성성이 최대치로 발현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했어요. 우리는 어쩌면 수많은 규제하에, 사회가 용인하는 범주 내의 미적 기준에 맞추거나 혹은 본능적으로 이성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그들의 시선에 맞춰 한정적인 여성성만을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여성성은 무엇일지 생각했어요. 과감하게 컷아웃되고 스터드나 아일렛 등 메탈 소재들이 큰 사이즈로 쓰였어요. 전투복처럼 보였으면 좋겠고, 이 전투의 목적이 ‘야생의 여성성’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미 손에 쥔 여성들이 그 이상의 것을 찾기 위함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들은 뭘 위해 싸우게 될까, 하는 상상들로 꽉 차 있는 컬렉션이에요.
24 S/S 컬렉션 “unburnt”에 관해서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unburnt”는 제가 마녀사냥의 역사에 대해서 꽂혀서 공부를 하다가 나오게 된 컬렉션이에요. 중,근세 시대에 행해진 학살 행위로서 우리가 보통 알고있는 종교적인 이유보다, 미망인, 과부들, 그러니까 지켜줄 남자가 없던 여성들의 재산을 표적으로 한 범죄인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마녀를 신고한 사람이 마녀로 몰리게 된 사람의 재산을 가지게 되어서 그런 일들이 빈번했다고 하는데, 읽다가 문득 여성인권이 얼마나 발전해왔나 하는 감사함이 들었어요.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중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바라보다 보니 이런 주제에 관해 생각할 때 더 발전해야 할 점과 부족한 점들을 보통 생각하게 되지만, 저는 문득 ‘지금까지의 발전과 여성의 강인함을 축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리서치와 실험을 해보다가 몇 가지 디테일들이 탄생했어요. 다양한 트림과 원단의 특성을 활용해서 옷이 인체의 움직임에 반응해, 옷 자체가 주체적인 움직임을 가지게 되죠. 길게 내린 태슬같이 생긴 끈 디테일들을 많이 썼어요. 옷을 입고 움직이다 보면 끈들이 자기만의 춤을 춰요. 그 움직임들이 꼭 우리 같다고 생각해서 만들면서 왜인지 기특하다는 마음이 자꾸만 들었어요.